너무 일찍 고민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하고, 아직 반팔이 낯설어지지 않은 9월 초.

8월 말 이후 아침 저녁으로 가을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쏘야와 쏘메는 지구방위대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에 기왕 실내로 들일 것이니, 지금 하자! 라고 이사를 결정, 실행했다.

사후적으로 평가하자면, 너무 이른 걱정이었고, 오버였다. 


이 집의 조건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평가, 

식물의 계절변화 대응 능력에 대한 과소평가로 인해 지구방위대가 큰(?) 손실을 입었다.


식물은 요즘 사람들이 흔히 "식물XX"라고 부를 때 붙이는 수식어처럼 약하지 않다.

생명 중에서도 매우 강한 생명이다. 


실내에 자리잡은 아이들.






사람은 선풍기 틀고 자는 와중에, 왜 오버해서 애들 걱정을 그리 했을꼬.




벵갈 고무나무.





사진의 좌측 상단, 가장 크게 나온 잎이 우리 집에 온 후에 나온 잎이다.

잎망울 터진지 며칠 만에 저렇게 커졌다. 볕이 좋아서 금방 자랐다. 

8월 한 달간 징그러울 정도로 생장 속도가 빨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빠른 것보다는 크기에 놀랐다. 정말이지, 잘 컸다.

쏘메는 미적 매력이 없다고 못마땅해했다.




녹보수.





잘라도 잘라도 다시 나오던 잎과 줄기. 그 덕에 더 풍성해진 육성군!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실외에서 생장속도가 매우 빨랐던 아이들 중

실내에서 크게 손상된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녹보수는 사실 실내에서도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

확실히 건강하다. 믿음직스럽다.



금전수.






8월 한달 간 정말 어마무시하게 자랐다.

"컸다"의 측면과 "번식했다"의 측면이 양쪽 다 강했다. 

크기도 많이 커졌지만, 개체수도 많아졌다.

기존의 화분이 비좁아졌고, 일부가 잘려나가! 육성군의 주력이 되었다.



홍콩야자.






홍콩야자 역시 생장속도가 매우 빨랐다. 처음왔을 때보다 덩치도 커졌고, 또 풍성해졌다. 

매일매일 새로운 잎과 줄기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에 새 잎이 보인다.





멜라닌 고무나무(와 새끼).






생장 속도나 크기 변화가 눈에 띠지는 않았지만 멜라닌 고무나무도 건강히 잘 자라 주었다.

새끼는 확실히 크기의 변화가 느껴졌다. 잘 자라고 있다.




대형 토분들.






황토분 2개, 흑토분 2개 모두 큰 문제 없이 잘 자랐다.

큰 화분 속에서 뿌리 내리는 데 힘을 써서 그런지 식물 자체의 크기가 확 커지진 않았다.

또 부실했던 오로라도 뿌리 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듯.

수술후 환자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아직은 회복할 때다. 

세티와 스노우사파이어는 제법 컸고,

사진에는 없지만 핑크레이디와 앤젤은 크기도 제법 많이 컸다. 

핑크레이디는 뚱뚱해졌고, 앤젤은 키도 좀 컸다. 

뭐 대체로 눈에 보이는 부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머지.


나머지도 8월 한달 간 큰 문제없이 잘 자랐다.

산세베리아는 더욱 빽빽해져서, 수경용으로 일부를 잘라내야했고

칼라데아 제브리나도 빠른 속도로 번식했다.

금천죽은 겉으로 보기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키가 제법 컸고, 

중국란도 키가 많이 커졌다. 

파키라와 싱고니움, 목향은 외형상 커지기 보다는 잎이 많이 빽빽해졌다.

파키라와 목향, 산세베리아는 수경에도 많이 투입되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관음죽이다. 

죽지도 활발히 생장하지도 않는 그런 모습. 어찌해야 하오리까.






이사로 인한 피해.


이렇게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던 아이들이

실내로 들어온 이후 비실비실대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기는 미안하고,

대략 겉으로 드러난 피해들을 열거해 보자면,


칼라데아 제브리나:

잎이 힘이 없어지고, 대부분의 잎들이 물렀다.

옆면이 타들어 오는 것처럼 잎의 가장자리가 검은색/갈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워낙 민감한 아이라 그런 탓도 있는 것 같다.

실외에 있을 때도 잎이 축 처져 있을 때 분무기로 물주면 바로 팽팽해졌으니까.

그런데 이번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다수의 잎을 잘라냈다.

(지금은 회복중ㅠㅠ 죽지 않아 다행이다)


홍콩야자:

잎이 무르고, 검은 반점이 생겼다.

지나치게 빠른 것이 아닌가 우려했던 생장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금전수:

잎의 색깔이 점점 옅어지다가, 급기야 "허옇게 뜬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벵갈 고무나무:

일부 잎이 검게 변했다.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 했다.

또 홍콩야자와 마찬가지로 생장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실내에서 터진 잎망울에서 나온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쭈글쭈글해 졌다. 

이 잎들은 어쩔 수 없이 잘라냈다. 

(실외에서 터져서 과도하게 커진 잎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멜라닌 고무나무:

새끼가 죽었다;;;; 



재미있는 것은 토분이나 옹기에 심겨져 있는 애들이 그나마 피해를 덜 봤다는 것이다.

도자기 화분,

특히 중국산 싸구려 도자기 세트 화분에 심겨져 있던 애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 

이사 초기 몸살인가보다 하고 2-3주 지켜봤는데,

애들 상태가 나날이 악화됐다. 

추석 때 양가 친척들께도 여쭤보니

모두 겨울에도 그냥 베란다에 두신다고.

남향에 채광이 좋으면 큰 문제 없을거고, 오히려 어설픈 실내보다 낫다는 의견이셨다.

결국 쏘야와 쏘메도 추석이후에 원상복귀하기로 결정, 실행에 옮겼다. 

결국 9월 초의 섣부른 이사는 큰 피해를 남기고 실패로 끝났다. 


식물들은 다시 채광이 좋은 남향 베란다로 옮겨졌다.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결과는 다음 포스팅에!


사진: 쏘야, 쏘메

글: 쏘야 (쏘메 감수)

Posted by 모모 on SS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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